우리 아이는 사경때문에 대학병원을 다니면서 동시에 또 다른 이유로 대학병원을 다녔다. 바로 항문농양 때문이었다. 처음 발견했던 건 생후 4개월쯤이었다. 아이가 변을 봐서 씻기는 과정에서 작은 몽우리 같은 게 만져져서 "이게 뭐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리를 조금 들어서 자세히 보니 항문 옆에 살짝 부어 있는 게 보였다. 그냥 넘어가기엔 찝찝해서 소아외과에서 일하는 지인에게 전화를 했다. 사진을 보고는 항문농양일 가능성이 있으니 대학병원 진료를 잡고, 그동안은 좌욕을 해주는 게 좋겠다고 했다.
소아과는 주위에 많지만 소아외과는 대부분 대학병원에만 있어서 빠른 시일내에 진료를 보기 힘들었다.
처음 시작한 좌욕
그날부터 바로 좌욕을 시작했다. 38도에서 40도 정도 되는 따뜻한 물에 5~10분정도 아기를 앉혀두는 방법이었다. 따뜻한 물에 들어가면 혈류순환이 좋아지면서 염증이 조금 완화될 수 있다고 들었다.

걱정되서 항문농양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다. 항문농양은 여자아이보다 남자아이에게 더 많이 생긴다고 한다. 항문 주변 분비샘이 남자아이에게 더 많은 편이라서 염증이 생기기 쉽다고 했다. 우리 아이는 특히 변이 무른 편이었는데, 묽은 변이 계속되다보니 지나가면서 분비샘 쪽으로 들어가 염증이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치루로 진행될 수 도 있다고 해서 걱정됐다. 치루가 생기면 항문 옆에 구멍이 생기고 그쪽으로 변이 새는 상태가 된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진료를 보기 전부터 하루 2~3번씩 좌욕을 해주었다.
병원 진료에서 들었던 이야기
대학병원 진료까지는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예약하고 실제 진료를 보기까지 거의 한 달 가까이 기다렸다. 그동안 좌욕을 계속했는데 다행히 몽우리가 더 커지지는 않았다. 대신 사라지지도 않았다.
병원에서 초음파 검사를 해보니 항문농양이 맞다고 했다. 이미 항문에서 몽우리까지 이어지는 작은 길이 보였고, 그 길을 통해 변이 스며들면서 염증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다행히 바로 수술할 단계는 아니어서 좌욕을 더 해보자고 했다. 그리고 변이 너무 묽은 편이라 이유식을 조금 빨리 시작해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했다. 변이 묽은게 원인인데 이 원인이 해결되지 않으면 낫지 않는 병인 것이다. 계속 낫지 않고 돌쯤까지 계속되거나 치루로 진행되면 돌지나서 치루수술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래서 수술까지는 하고 싶지 않아서 좌욕을 열심히 하고 이유식도 일찍 시작했다.
그래도 결국 수술을 하게 됐다
우리 아이는 170일쯤 이유식을 시작했다. 채소 양도 조금 줄이고 유산균도 병원에서 처방해준 걸로 바꿔 먹였다. 그런데도 변 상태가 계속 묽었다. 한달 뒤 진료에서도 큰 변화가 없었고 오히려 조금 더 붉어졌다. 결국 1월 초에 절개 및 배농술을 받게 됐다. 치루 수술은 아니고 농을 제거해주는 수술이었다. 수술이라고는 하지만 비교적 간단한 시술이라고 설명을 들었다. 마취는 국소마취만 해서 10분정도면 끝난다고 하셨다. 그래도 막상 내 아이가 수술을 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너무 무거웠다. 마취를 하면 수술할 때는 안아프지만 그 마취주사를 항문주변에 직접 맞아야해서 그 순간은 아기가 아플꺼라고 했다.

수술 후 회복은 되고 있지만, 완전히 끝난 건 아니었다. 항문농양은 수술을 해도 치루로 이어질 가능성이 약 50%정도 있다고 했다. 아기들은 성인과 달리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적으로 막히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계속 좌욕을 하면서 지켜보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수술 후 상처는 봉합하지 않은 채로 나왔다. 오픈되어있는 환부에 좌욕을 계속 해주면서 새살이 차올라야 한다고 하셨다.
집에 와서 좌욕후에 아기 환부를 보는데 마음이 너무 아팠다.
다시 시작된 좌욕 생활
수술 후 약 2주 뒤 진료를 갔을 때 아직 치루끼가 많이 보인다고 했다. 그래서 좌욕을 하루에 3번 많게는 4번까지 해주기 시작했다. 한달 뒤 다시 진료를 봤을 때는 많이 좋아졌다고 했다. 다행히 지금은 6개월 뒤에 다시 보자고 할 정도로 상태가 좋아졌다.
하지만 6개월동안 좌욕은 계속 해야한다고 하셨다. 하루에 2번에서 많게는 3번 좌욕을 유지하고 있다. 6개월 뒤에 진료에서 치루의 양상이 보이지 않으면 치료 종결이라고 하셨고, 치루양상이 보이거나 하면 그때는 치루 수술을 고려해보자고 하셨다.

솔직히 좌욕은 생각보다 힘들다. 좌욕만 하는게 아니라 매번 씻기고 말리고, 로션 바르고, 옷 다시 입히는 과정이 반복되는데 이제 아이가 8개월이다 보니 가만히 있지를 않아서 더 힘들다. 그리고 아이가 변을 보면 바로 좌욕을 하는게 좋다고 하셔서 외출도 많이 줄였다. 산책정도는 하지만 문화센터나 여행 같은 건 아직 한 번도 못갔다.
아이가 이제 9kg이 넘으니 좌욕하려고 들고 안고 씻기는 것도 점점 힘들어졌다. 손목도 아프고 허리도 뻐근하다. 그래서 가끔은 좌욕이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도 마음이 조금 편해진 이유
수술을 하고 회복실에서 나왔을 때 아기가 나를 보자마자 서럽게 울었다. 그 순간 마음이 너무 아프면서 나도 눈물이 맺혔다. 괜히 내가 뭘 잘못했나? 내가 관리를 잘못해서 이런 병이 생긴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때 교수님이 해주신 말이 나에겐 위로가 되었다. " 엄마 잘못이 아니에요. 이건 아기들한테 생각보다 흔한 질환이고 장환경이나 분비샘 구조때문에 생기는 경우가 많아요" 라고 말해주셨다. 그 말을 듣고 나서 마음이 조금 괜찮아졌다. 그리고 어차피 치료할 수 있는 병이고, 만약 좌욕으로 안좋아지면 돌 지나서 수술로 깔끔하게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지금은 너무 어리기도 하고 굳이 수술안해도 자연적으로 막힐 수 있기때문에 기다리는 거라서 큰 걱정은 하지 말라고 하셨다.
그래서 요즘은 조금 더 마음을 내려놓고 편하게 생각하려고 한다. 지금은 좌욕때문에 외출도 많이 못하고 있지만, 돌 지나고 건강해지면 그때 여행도 많이 가고 놀러도 많이 다니면 된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조금 힘들어도 언젠가는 끝나는 과정이니까.
'육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 혼자 노는 시간이 조금씩 늘어난 아이 (0) | 2026.03.19 |
|---|---|
| 무른변 잡으려고 바꾼 이유식 식단 (0) | 2026.03.19 |
| 아기 사경을 일찍 발견했던 이야기 (0) | 2026.03.18 |
| 아기가 갑자기 우는 이유, 육아하면서 알게된 점 (0) | 2026.03.17 |
| 아기가 엄마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는 이유 (0) | 2026.03.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