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식을 먹이다보면 생각보다 답답한 순간들이 생긴다. 양은 얼마 안되는데 왜 이렇게 천천히 먹을까? 왜 이렇게 오래 씹고 있을까? 싶은 날들이 있다. 처음에는 '아직 아기니깐' 했는데 먹다보면 입에 머금고만 있고 씹지 않는게 눈에 보일 때가 있는데 그럴때는 솔직히 나도 모르게 조금 조급해진다. 빨리 먹이고 치우고 싶은데 이유식은 식으면 또 맛이 떨어지니깐 따뜻할때 다 먹이고 싶어서 마음이 괜히 더 급해진다.
천천히 먹는 이유 & 집중력이 떨어지는 순간
나중에 생각해보니 이건 단순히 느린게 아니라 이기 입장에서는 당연한 과정이었다. 지금까지 분유만 먹던 아이가 처음으로 씹는 걸 배우는 시기니깐 이 식감을 받아들이는 것 자체가 인생에서 처음 경험하는 과정이고 또 하나의 적응 과정인 것이었다. 게다가 이유식을 하면서 2~3일마다 새로운 재료를 추가하다보니 아기 입장에서는 매번 새로운 음식이 들어오는 셈이다. 익숙해질만하면 또 새로운게 입으로 들어오니 천천히 먹는게 당연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유식을 먹이다보면 대략 10분정도가 지나면서 집중력이 확 떨어진다. 그때부터는 먹기보다는 의자에서 내려오려고 하거나 주변을 더 신경쓰기 시작한다. 장난감도 오래 못 가지고 노는 것처럼 이유식도 그 시간 이상은 집중하기 어려운 시기인 것 같다. 그래서 짧은 시간안에 최대한 먹이고 싶은 마음은 드는데 아기는 그 속도를 따라오지 못하니깐 그게 또 답답할 때가 있다. 이렇게 먹이다가 중간에 장난을 치는 경우도 많은데, 이런 행동도 자연스러운 발달 과정이라 이유식 먹다 장난치는 아기에 대해 따로 정리해둔 글도 있다.
우리 아이는 입자 변화도 영향을 받았다
돌이켜보면 이유식의 질감 변화도 영향이 있었던 것 같다. 처음에는 묽은 죽으로 시작했다가 나는 비교적 빠르게 입자를 올린 편이었다. 6개월 후반부터 6~7배죽까지 올렸고 7~8개월에는 4~5배죽까지 올렸다. 이렇게 입자가 커지면서 아기가 씹는 연습을 더 많이 하게 되는데 그 과정이 쉽지 않았던 것 같다. 그리고 단호박처럼 으깨야하는 재료들 말고 양배추나, 비트, 무, 당근 등등 다질 수 있는 재료들은 갈지 않고 최대한 다져서 먹였다. 그리고 지금은 처음보다 좀 더 입자감있게 다져서 주었는데 처음에는 어색해서 뱉어내거나 엄청 천천히 먹었는데, 현재는 그래도 잘 먹어주고 있다. 최근에 연근을 삶았는데 연근은 푹 익혀도 아삭한 식감이 없어지지 않는 재료라서 갈아서 줄지, 다져서 줄지 고민하다가 다졌는데 처음에는 어색해하다가 몇입 먹어보고는 잘 씹어서 삼키고 있다. 이렇게 입자감이 다소 크거나 입자감에 적응중인 단계에서는 먹는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다. 그래도 다행히 아기가 잘 따라와줘서 지금까지 이어질 수 있었고, 이 부분은 아이마다 속도가 다를 수 있다.

초반에는 "조금만 더 먹자"하면서 억지로 먹이려고 했던 적도 있었다. 근데 그게 반복되니깐 아이가 더 거부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그 이후로는 왜 안먹으려고 하는지를 먼저 보려고 했다. '배가 덜 고픈건지?', '집중력이 끝난건지?', '음식이 마음에 안드는 건지?' 를 생각하면서 대응을 조금씩 다르게 했다. 이런 과정을 겪다 보니 자연스럽게 아기가 이유식을 거부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찾아보게 됐다.
내가 해봤던 방법들
정답은 아니지만 내가 해봤던 방법들 중에는 이런 것들이 있었다. 먹는 속도가 느려지기 시작하면 중간에 고구마나 바나나를 조금씩 줘서 다시 흥미를 끌어보기도 했고, 이유식을 만지게 하면서 관심을 다시 유도해보기도 했다. 그리고 잘 안먹는 재료는 다른 방법을 먹여보기도 했다. 예를 들어, 계란이 퍽퍽해서 잘 안먹으려고 하면 순두부와 닭고기 육수를 같이 졸여서 계란순두부조림으로 만들어서 주니 엄청 잘 먹었다. 이런 방법들로 아이가 좀 더 이유식에 흥미를 가지게 해주고 싶었다. 그 결과 어떤 날은 이 방법이 잘 먹혔고, 어떤 날은 전혀 효과가 없기도 했다. 그래서 지금은 이게 맞다! 틀리다! 보다는 그날그날 아이의 상태에 맞춰서 조금씩 다르게 해보는 편이다.
지금까지 해보니깐 아기는 잘 먹는 시기와 안먹는 시기가 반복되는 것 같다. 처음에는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설득하고 억지로 먹이기도 했다. 그래서 잘 안먹는 날에는 40~50분까지 먹이다가 끝난 적도 있고, 잘 먹는 날에는 20분안에 다 먹은 날도 있다. 그러나 요즘은 집중력이 끝났다고 느껴지고 어느정도 이유식을 먹은 상태이면 억지로 더 먹이기보다는 그냥 숟가락을 내려놓는 편이다. 컨디션 좋고 잘놀고 잘자고 있다면 조금 덜 먹는 날이 있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이유식을 하면서 아기가 천천히 먹는 건 문제가 아니라 과정이라는 점을 느꼈다. 엄마 입장에서는 한 스푼이라도 따뜻할 때 좋은 재료 더 먹이고 싶어서 답답할 수 있지만, 아기 입장에서는 처음 배우는 모든게 낯설고 어려운 시기니까 조금 더 기다려주는 게 맞는 것 같다. 요즘은 "오늘은 얼마나 먹을까?" 보다는 "오늘은 어떤 상태일까?"를 먼저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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